삶을 이어간다는 것은, 반드시
내 가슴에, 혹은 누군가의 가슴에
묘비를 하나 둘 늘여가는 일
거친 두 손을 갈고리처럼 오므려
한가득 담아 들어내어 뻥 뚫린 구멍에
떠난 자들의 이름을 눈물로 새긴 비석 하나 굴려넣고
무른 가슴이 단단해질때까지 짓이겨 밟는 일
비오는 날엔 묘비 귀퉁이에 맺힌 빗방울
가만히 손을 들어 털어내다가
눈물로 새겼던 이름 석자를 어루만지며
끝끝내 흐르는 빗물에 눈물 한방울 더하는 일
그리하여, 묘비마다 짙어가는 향내가
눈이며 이마며, 주름 사이사이에 배어들적에
앙상한 손마디로 가슴에 세운 묘비들을 어루만지다가
이름모를 산어귀에 가만히 누워
스스로 묘비가 되어가는 일
<묘비> 2009.05.11